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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Raison et réflexion>‘이유와 사유’

일 시: 2024년 5월 17일(금)~6월 29일(토)

운영시간: 화요일-금요일 10시-6시/토요일 11시-5시/일요일, 월요일, 공휴일 휴관

참여 작가: 김세중

장 소: Gallery M9 (갤러리 엠나인)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25길 23번지 르시엘 빌딩

전시 부문: 회화, 평면조형, 설치

문의: 02) 595-9505/

gallerym9@naver.com

감각의 증거

갤러리 엠나인 큐레이터 김치현

우리는 편리를 위해 감각을 분리하지만 살아가며 마주하는 피부 밖의 자극들은 여러 얼굴을 지 니고 동시에 다가선다. 김세중은 빛을 탐구하며 만질 수 없는 현상을 좇지만 시야에 걸러진 작은 불순물마저 귀하게 모아 의미를 부여해준다. 공간이 있고 그사이에 서있는 자신이 운 좋게도 눈 뜨고 생각하는 생물로 태어났기에 어쩌면 생존에 불필요한 행위일지라도 인간은 자신과 자신이 아닌 모든 알 수 없는 것들을 알고 싶어한다.

작가는 빛줄기를 그리지 않고 캔버스 표면에 빛을 증명한다. 기하학적 구조와 조화를 이루는 함몰된 화면은 인간의 공간을 오랜 시간 동안 지배해온 사각형 형태의 고집스러움을 부드럽게 달래 듯 관람자의 시선을 품는다. 여러 색으로 이루어진 물감 덩어리는 공기중에 부유하다 서로 엉겨 붙으며 그늘에 자리잡은 먼지처럼 비정형의 마티에르가 되어있다. 절제된 단색위주로 그려진 화 면의 여백은 정밀하고 계산적으로 새겨진 요철로 가득 채워져 있으나 작가의 행위가 만들어낸 궤적은 평소의 빛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는다. 두개의 함몰 지점으로 시작과 끝이 반복 되는 원형의 얕은 골짜기들은 사구처럼 빛과 그림자를 무심히 증거한다.

캔버스 표면의 가장 낮은 곳을 잇는 물감덩어리는 프리즘이 뿜어낸 빛의 스펙트럼처럼 작가가 부여한 나름의 규칙을 지니고 화면에 가장 두껍고 진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관찰자가 그늘속에 머물며 틈사이로 쏟아진 빛줄기에서 발견하게 되는 미물이자 생명 없는 파편들. 김세중은 조명 받 지 못하면 보이지 않는 물질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가장 처음의 존재인 빛으로 승격시키며 빛이 가져 보지 못한 물리적 형상을 부여한다.

팽팽히 당겨진 캔버스는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교하게 화면의 깊이를 형성하며 가운데 위치한 색에 무게감과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신체 움직임이 기록된 작품의 구조와 표면은 평면회화의 정지된 상태가 무색하게 그 질감으로부터 속도감과 방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의 작품세계는 우리가 태양과 달이라 불리는 하늘에 떠있는 거대한 점을 화면으로 끌어오며 시작된다. 점이 뿜어낸 무수한 선들은 빛이라는 장막을 이루고 사물에 색을 선물하며 앗아 가기도 한다. 존재로 태우고 부재로 식히는 단순한 원리는 그 힘이 오가며 만들어내는 균형이 지닌 적당한 온도와 시간에서 작가가 고요히 기록하는 예술에 대한 갈망을 잉태한다.

김세중의 작품은 빛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인 사유로 그치지 않고 관객의 시야와 작품 사이에 기 억과 감각이라는 렌즈를 통해 반사되고 굴절되며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은 공감각의 덩어리를 이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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